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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13계단

jinist 2024. 6. 26. 23:08

 
 
 
 7년여의 수감생활을 하며 사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
그는 한 부부를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되어 사형수가 되었지만 사건 당시 4시간의 기억을 잃었다.
 
이 사형수의 억울함을 풀어주면 거액의 보수를 주겠다는 누군가의 의뢰로 교도관인 '난고'와 전과자인 '준이치'는 범행 당시의 기억이 없는 사형수의 유일한 기억인 '계단'을 단서로 진범을 찾기로 한다.
 
사형 집행까지는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료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재밌게 읽었어서 자연스럽게 바로 찾아 읽게 된 책이다.
 
추리소설 추천에 자주 이름이 올라왔던 책이기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는지 책을 읽는 초반엔 그렇게 흥미 있게 읽진 못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진범에 관한 단서를 하나씩 찾고 추리해나가는 과정부터는 어느샌가 몰입하여 함께 추리하고 있었다..
나름 열심히 범인을 추리했지만 예상 못한 반전.. 나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끝까지 헛다리를 짚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폐지된 사형 제도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사형수와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형, 형벌, 갱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다소 무거운 주제기는 하지만 사형제도의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내용이라 각자의 입장을 공감하며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13계단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사형 판결 이후 집행까지의 절차의 수이기도 하고 료의 유일한 기억 속 계단의 개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살인을 한 사람을 처형하기 위한 마지막 계단에서는 누군가 간접적인 살인을 해야만 하기에 시작과 끝의 연관성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본 '개정의 정'이라는 말이 인상 깊다. 죄를 범한 사람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형량을 감형해 준다는 것을 뜻하는데
과연 겉으로 보이는 반성의 태도를 남이 판단 할 수 있을까?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으로 반성의 가면을 쓰는 일은 흔하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표면적인 태도가 심판이 기준이 되기엔 애매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올바른 심판일까. 법은 공평한가.. 이처럼 책속에서 작가가 던지는 의문은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생각에 꼬리를 물게 만든다.
 
억지스럽지 않은 반전이라 마지막까지 몰입이 깨지는 부분이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 있게 연결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단순한 오락으로 즐기는 추리가 아니라 소설 내에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이 작가의 책을 두 권밖에 못 읽어봤지만 다른 책도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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