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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편지

jinist 2024. 3. 18. 23:33

 

 

 

츠요시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가타 상점의 할머니네에서 돈을 훔치기로 한다. 범행을 계획한 날 다행히 할머니는 집에 없었고 츠요시는 돈만 가지고 나올 생각이였지만 주방에서 군밤 봉투를 발견한다. 동생이 군밤을 좋아했었던 것이 기억나 봉투를 챙겼다. 하지만 집에 없는 줄 알았던 할머니와 마주치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할머니를 막는 과정에서 츠요시는 우발적인 살인을 하게된다.

 

동생을 위해 의도하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게된 츠요시는 교도소에 수감 되었고 츠요시의 동생인 나오키는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어른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어떤 때는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어떤 때는 교묘하게 차별을 조장한다. 그런 자기 모순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까?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곤경은 츠요시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의 일부다. 범죄자는 자기 가족의 사회성까지도 죽일 각오를 해야한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차별은 필요한 것이다.

 

 

 

정정당당하면 그만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란 거지. 그건 자기만족일 뿐이야.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주로 쓰는 장르인 추리물은 아니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가해자의 가족의 입장에서 그리는 이야기라는 소재가 신선하기도 했다.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하지만 눈물나는 정도는 아니였고 잔잔하게 읽기 좋았다.

 

작가는 가해자의 범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와는 별개로 수반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가해자의 가족들의 고통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가해자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만 다루었다면 동정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텐데 피해자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어 보다 중립적인 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가는 범죄자의 가족이라면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인 것 같지만 답을 내릴순 없을 것 같다. 속죄란 무엇일까.. 차별은 당연한 걸까.. 등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일본 사회와 우리나라의 사회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변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없어서 내가 어떻게 대할지는 잘 모르겠다. 뉴스를 보면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범죄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 이 책의 주 메시지인 듯 하다.

 

나오키의 행동이 어떤 면에서는 가족으로써 너무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해가 됐다.. 분명 처음엔 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이 공존했지만 계속해서 쫒아다니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로 이어지는 불행들로 형에게 오롯이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들. 나 또한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나오키와 비슷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기에 나오키의 결정을 비난할 순 없었다.

 

중간에 나오키에게 방향을 알려주던 히라노의 말들 중 역차별에 대한 말이 인상 깊었는데, 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주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것.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도 좋아하지만 이런 장르도 괜찮은 것 같아서 다른 책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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