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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제노사이드

jinist 2024. 5. 16. 00:13

 

 

 

 

 

 

* 제노사이드: 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으로 학살하는 행위

 

미합중국 대통령인 '번즈'는 아프리카에 인류 멸망의 가능성이 있는 신종 생물이 출현했다는 보고서를 받게 된다. 그는 콩고에서 발견된 신종 생물이 현재의 인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신종 생물과 주변 종족 모두를 말살하는 비밀 계획을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이 계획에 참여하게 된 두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수부대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예거’.

폐포상피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가족을 떠나 멀리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예거는 작전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때에 현재 버는 금액의 배 이상인 일당을 받을 수 있는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제안받게 된다.

현지에 잡입한 뒤, 지옥을 보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인간에게는 다가가지 마라.

 

아내에게 아들의 수명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태라는 것을 전달받지만 예거는 아들의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약학 대학원생인 ‘겐토’.

바이러스 학자였던 아버지가 급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른 후 죽은 아버지에게서 온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된다.

아이스바로 더러워진 책을 펴라. 그리고 이 메일은 엄마를 포함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아버지의 메시지를 따라간 곳에는 아버지가 하던 연구를 이어서 해달라는 부탁이 쓰여있었다. 아버지의 연구는 폐경증 환자들을 위한 신약 개발이었으며 한 달 안에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고 한다. 아버지는 왜 자기 분야도 아닌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었을까? 제약 회사들이 총동원해도 개발하기 힘든 신약을 한 달 만에 만들 수 있을까? 겐토는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연구를 이어나가기로 했고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냥 어리던 시절은 이제 아마도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는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라는 존재는 죽음을 통해서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큰 교육을 하는 건지도 몰랐다. 좋게도 나쁘게도.

 

병사가 하는 일에 대해 하나만 가르쳐 주지. 나라를 위해서라고 듣고 전장으로 가. 적을 죽여. 그리고 착한 놈만이 죄를 짊어지지. 그래, 착한 놈만.

 

죽일 상대의 거리를 멀리 두는 것이 중요해.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

 

그들이 말하는 '시나징'과 '조센징'이라는 말은 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사람들이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변변치 못한 머리인 것에 중학생이었던 겐토는 그만 질려 버렸다.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미덕이라고 하는 걸세, 그것이 물학적으로 당연한 행동이라면 칭찬받을 일도 아니지 않은가

 

만약 이곳에 기자가 있었다면 학살 현장을 문장으로 적고 있으리라. 그 기사가 읽는 사람의 마음에 평화에 대한 소망을 싹트게 함과 동시에 공포스러운 것을 보고 싶은 엽기적인 취향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열한 오락의 발신자와 수신자는 학살자들과 똑같은 생물종이면서도 자기만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입으로만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며 만족을 느낄 터였다.

 

인간이 하는 일이 다 완전하지 않아. 법률도 경제도, 모든 시스템이 다 불완전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결함이 보일 때마다 패치를 새로 깔아야 하지. 만약 인간이 정말 '호모 사피엔스', 즉 '현명한 사람;이라면 100년 뒤에는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거야.

 


 

다카노 가즈아키의 <13 계단>을 추천받아서 읽으려 했으나 밀리에 없어서 대신 읽게 된 책이다.

 

초반부를 비행기 안에서 읽어서인지 지루해서 그런지 졸면서 읽어서 여행기간 내에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부터 빠져서 읽다 보니 여행 기간 내에 전부 읽었다. 시점을 전환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한 시점의 이야기에 빠져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데 다른 시점으로 넘어가버려서 의도치 않게 속독하게 되기도 했다.

 

소설 초반부에는 한국인의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도 하는데 작가가 일본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라 조금 놀랐다. 솔직히 한국인 등장인물이 나와서 수상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설 내에서 작가는 대표적으로 번즈라는 인물을 사회적 비판 대상으로 삼아서 묘사하는데 인상 깊은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소설 속의 이야기와 실제의 역사들을 통해 인간의 본능을 설명하며 조금은 냉담한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나 책의 제목이 제노사이드인 것만큼 학살과 전쟁 등에 대한 사례들을 다루는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해주어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뭔가 읽기 불쾌하면서도 이해는 되는 이상한 마음이 공존하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결말을 통해 인간의 본능은 잔혹함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로 하여금 앞으로의 인류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은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래도 나는 내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해 나를 온전히 희생하진 못할 것 같다..

 

스토리의 중점이 되는 초인류라는 존재는 설정상 현재 인류가 초인류를 이해할 수 없기에 모든 걸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의문 드는 게 있었으나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는 내내 크게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인류학, 약학, 전쟁 등 다루는 분야가 많고 설명이 디테일해서 전반적으로 꽤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다. 다만 관심 없는 분야라면 설명이 꽤 투머치하고 지루할 수도..?

 

결말도 적당하고 나름의 반전도 있어서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것 같다. 초인류인 누스의 모습은 책에서 묘사된 것으로만 상상할 수밖에 없기에 작가가 상상한 실제 누스의 모습이 궁금하다. 세 살 아이가 키보드 치는 모습도..

 

아무튼 기대를 많이 안 하고 읽은 책인데 재밌었어서 <13 계단>도 꼭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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